“까미유?”
아침에 일어나서 짚어본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히카르도는 잠결에 깨어나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없었고 정적만이 흐르는 가운데 그는 몸을 일으켜 등 뒤를 확인했다. 누군가가 누워있었던 것처럼 흐트러진 이부자리는 이미 온기가 식어있었다.
“까미유!”
히카르도는 조금 더 크게 이름을 불러보았다. 변함없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어제 있었던 일이 히카르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카모라에서 심심찮게 있었던 싸움과, 그 뒤에 이어졌던 회포를 푸는 술자리. 다들 시답잖은 승리를 축하하는 가운데 히카르도와 까미유만은 다른 테이블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술을 마시고 취기가 도는 가운데 서로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을 보고 있지 않은, 찰나의 유일한 순간에 그들은 입을 맞추었다. 그 뒤로는 사적인 장소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오직 둘 만에게 허락된 비밀스러운 의식과도 같았다. 희미한 열감이 머릿속에 떠도는 가운데 히카르도는 아침에 일어났다. 하지만 그 옆에 함께 있었던 까미유는 없었다.
“까미유!”
히카르도는 다시 한 번 이름을 불렀다. 이제는 외침에 가까워진 그의 목소리가 덧없이 흩어질 무렵, 낯익은 형체가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까미유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안, 나 찾았어?”
히카르도는 익숙하게 감겨들어오는 목소리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커피 잔을 들고 있지 않은 까미유의 다른 손을 쥐고 입을 갖다 대었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살결에 히카르도는 안심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그리고 지금 너를 잡았다.”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
까미유는 항상 히카르도의 곁에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자주 사라지고는 했다. 하지만 사라졌다가도 그 후에는 다시 히카르도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가 정말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히카르도는 좀처럼 실감할 수가 없었다. 그의 사라진 존재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지금이라도 이름을 부르면 어디선가 웃으면서 나타날 것만 같아서, 히카르도는 종종 지금도 그의 이름을 불러보고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응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너라면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마지막으로 까미유를 봤던 날 그는 히카르도에게 말했다. 여느 때처럼 술잔을 기울이며 하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까미유는 웃고 있었고 히카르도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뒤에도 예전과 똑같이 웃어주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히카르도는 까미유의 손을 넌지시 잡았다.
“이해해줘서 고맙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의 시작이었다. 예전에 아슬아슬하게 스쳤던 입술만큼이나 까미유의 존재감은 가까워졌다가 이내 차갑게 멀어졌다. 아직, 히카르도는 한 번도 술래를 그만둔 적이 없었다. 보일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까미유의 손은 아직까지 그의 손에 다시 잡히지 않았다. 까미유도 히카르도도 항상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서로가 향하는 방향은 달랐다. 까미유는 말하자면 항상 태양을 쫓고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 숨어있었지만 항상 빛을 향해 달려갔다. 꺼지지 않는 그 빛은 까미유의 마음속에 있었다. 태양과도 같이 뜨거운 그의 마음을 까미유는 항상 깊은 어둠 속에 묻어두었다.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도 그는 절대 본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히카르도는 술래잡기가 시작된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조금만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되었었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히카르도는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도망치는 사람도 술래를 기다려주진 않는다.
그래서 한 때 서로를 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오늘도 어딘가를 향해 달린다. 한 명은 항상 밝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빛을 등진 그림자를 좇아, 끊임없는 술래잡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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