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르

: 지금은 과즙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유래는 그리스로마 신화로 불사를 선사해주는 술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향기로운 꿀과 같이 달콤하다고 한다.

 

 

언젠가 까미유와 함께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신과 인간이 서로 다른 점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것과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 그 차이가 아닐까 하고. 까미유가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나는 별 말 없이 술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신과 인간의 차이 같은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끄덕인 것도 있었다. 그에 비해 까미유는 그런 생각에 자주 매료되고는 했다. 그런 생각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종류의 생각인지는 나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는 항상 머릿속의 아주 일부만 말로 내뱉었고 그가 말로 내뱉은 생각 중 아주 일부만 내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리키. 보면 맨날 이거 마시던데, 맛이 괜찮아?”

까미유가 조금 풀어진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어느새 내 앞에 놓여 있던 술잔을 가져가서 잔 끝에 입을 대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막을 새도 없었지만 딱히 알았다고 해도 막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가 남의 것에 손을 대는 일은 흔치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놀랐다. 자기를 침범하는 것만큼이나 그는 남의 것에 손대는 것을 싫어했다. 단순히 배려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라고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내 것을 누가 만지든 그다지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다.

뭐야, 너무 달아.”

까미유는 한 모금 마셔보더니 다시 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별로 그의 맘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나는 단 것을 좋아했다. 그러니 서로 먹는 술이 안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단골로 오는 이 술집에서도 우리 둘은 절대 고르는 메뉴가 겹치는 일은 없었는데, 그 사실을 까미유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 걸 좋아하는구나.”

까미유는 재밌다는 듯 흐흥 콧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의 숨에서 달콤 쌉싸름한 마티니 냄새가 났다. 내가 주문해서 마시고 있던 칵테일의 냄새이기도 했다.

단 건옛날부터 좋아했으니까.”

나는 까미유 앞에 있던 잔을 다시 가져가서 내 앞에 놓았다. 왠지 그가 내 기호를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이 조금은 서운했다. 그래서 빼앗듯이 잔을 다시 가져왔는데 까미유가 다시 잔을 가져갔다. 저 잔을 다시 가져가야 하나 망설여졌다. 까미유의 표정을 힐끗 바라 보니 내가 그러길 바라고 있는 모양이었다. 특유의 장난기가 서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잔을 휘청휘청 돌리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아무래도 취한 모양이었다 싶어 이제 일어설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보통 까미유는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으니까. 그는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런 사람이 취하는 것을 즐길 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명백히 취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물어보았지만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흥이 떨어졌다면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서 황급히 그를 부축해야했다. 그런 까미유는 그 때가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를 부축하느라 가까워진 거리에서 까미유가 작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알고 있어, 리키. 네가 단 걸 좋아한다는 거. 다 알고 있어. 너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까미유?”

까미유가 웃었다. 언제나처럼 그의 웃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미약하게 달콤한 술 냄새를 풍기면서 웃으니 이상하게 미소가 공복을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까미유는 술기운에 지친 모습으로 내 팔을 잡았다. 아마 중심을 잡고 일어서려는 것 같아서 팔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리키,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술을 너에게 선사해줄게.”

그게 무슨-”

마치 신들이 선사해주는 넥타르처럼. 내가 너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게.”

까미유. 많이 취했군.”

후후, 까미유가 말없이 웃었다. 오늘처럼 그가 지쳐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걱정이 앞서 그를 부축하고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했다. 까미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차가운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단 걸 좋아하는 리키, 그러니까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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