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까미유가 언제부터 능력을 가지게 된 건지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물어본 적도 없지만 물어본다고 해도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그의 능력이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해도 내가 그의 능력을 처음으로 목격했던 순간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봐! 도와줘!”

아마 그렇게 소리를 쳤던 것 같다. 아직 어렸던 시절,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던 하얀 머리의 소년에게 나는 도움을 요청했다. 뒷골목 가장자리의 으슥한 곳에서 자주 마주치곤 했던 떠돌이 개가 어느 날 피투성이로 발견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살았던 뒷골목은 그렇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변사한 시체들이 이따금씩 목격되었다. 그 떠돌이 개와 나는 서로 아무런 정도 없었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정해진 곳에서 만나는 상대여서 서로가 눈에 익어버렸다. 그런 어느 날 같은 시각에 만난 상대 한 쪽이 피투성이로 죽어가고 있다면, 생각보다 심하게 동요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런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때 생전 처음 만났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던 것일 것이다.

무슨 일이야?”

생각해보면 그가 하필 그 때 그 장소를 지나가고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마치 우연히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모든 것이 이상하게 맞아떨어졌다. 까미유는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죽어가는 개를 바라보다가 상처로 손을 가져갔다. 처음에는 상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그러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의사도 아니었고 뛰어난 수의사라고해도 이미 이 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래, 아마 처음에는 기대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던 내 눈 앞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이건…….”

눈부시도록 환한 불빛이었다. 초록색 휘광들이 규칙적인 궤도를 그리며 그의 손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화려한 불빛에 시선을 뺏겨서 미처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 빛이 사그라진 뒤에 떠돌이 개의 상처는 말끔히 나아있었다. 개는 곧 의식을 회복했고 까미유에게 고맙다는 듯 머리를 그의 손에 갖다 대었다. 그 때 까미유는 살짝,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것 같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어릴 적의 나는 그를 마치 구세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구원해주진 않아. 그냥 치료해 줄 뿐이야.”

그 뒤에 그는 내가 종종 그런 표정으로 쳐다볼 때면 그렇게 말하며 묘한 웃음을 짓곤 했다. 그 표정이 마치 겸손한 성자를 보는 것 같아서 나는 그가 그런 미소를 짓는 것을 보는 것에서 언제부턴가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까미유가 그렇게 웃고 난 뒤에는 항상 누군가가 지독한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그에게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던 이유를 굳이 찾자면. 그리고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도 그의 손길이 미치는 순간 모든 것이 편해졌다. 죽음 이외의 방법으로 이렇게 지독한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구세주가 아니면 무엇일까 이따금씩 생각해보곤 했다. 하지만 구세주에게도 불완전한 점이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언젠가 까미유가 싸움에 휘말려서 큰 부상을 입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비할 틈이 없었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흰 머리카락이, 옷자락이,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 때 깨달은 점은 까미유는 스스로는 치료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게 뭐야.’

나는 그 때 두 번째로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화가 났다. 뒷골목에서 나를 태어나게 했던 것에 관해 한번쯤은 신을 원망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신을 원망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신을 원망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시금 신을 원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널 지키겠다, 까미유.

그게 내가 내린 해답이었다. 신을 원망했지만 결국 그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내가 직접 그를 지키는 것이 더 직접적이라서, 그리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 까미유는 스스로를 치료할 순 없다. 하지만 내가 그 대신 다친다면 그 때는 치료해줄 수 있었다. 만약 어떤 고통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면 그건 그보다는 내가 감수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그리고-

고마워.

그렇게 말하던 까미유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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