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혈계전선 통합온리전/The Hell 'Salem's Lot Times KOREA]
* 클립은 티스토리에서 제공되는 액자 효과입니다
스티븐과 다니엘은 오로지 필요한 정보만 거래만 하는 관계였다
필요하다면 현장에서 협력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느 날 둘의 관계에 사소한 변덕이 발생했고, 그 결과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과연 스티븐 스타페이즈와 다니엘 로는 다시 악몽처럼 찾아 온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신간 정보-
소설본/전연령가/스팁다니/83p/8000원
목차
1. 다니엘 로가 이해할 수 없는 것
2. 스티븐 스타페이즈가 이해할 수 없는 것
3. 베뎃씨의 헬사렘즈 로트 탈출 계획
4. 거짓말 계산기
5. 일중독 남자의 변명
6. 성공적으로 실패한 탈출 계획
7. 블러드 브리드 체인 리액션
에필로그: 일주일에 한 번 최후의 보루까지 밀리는 도시, 헬사렘즈 로트
* 스티븐과 다니엘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이며 날조 및 개인 설정, 자작 인물이 등장합니다.
* 커플링 성향이 약합니다
1. 다니엘 로가 이해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오로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득을 흥정하며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득실이 팽팽하게 균형 잡혀 진전이 없던 둘 사이의 거래전선(去來戰線)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 사건이었다. 처음에 스티븐이 술집에서 만나자고 제안했을 때 다니엘은 귀를 의심했다. 큰 피해 없이 오렌다 불법 무기 공장을 무력화시키고 사건을 마무리 지은 것을 축하받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았지만 경찰서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부터는 위화감이 들었다. 그들이 만날 곳은 공터였지 술집이 아니었다. 짧게 만나서 이야기한다는 구실로 정보를 교환하는데 술집은 너무 사치스러웠다. 그들의 만남은 언제나 합법적인 영수증을 제출하기에는 부적절했다. 아니면 그 사건에 관해서 듣고 싶은 정보라도 있는 것인데, 그 정보가 생각보다 값비싼 것이라서 이 정도 대가를 먼저 지불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그런 의도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다니엘은 낡은 문신 시술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시계를 보았다. 스티븐이 만날 장소로 문신 시술소를 택한 것은 괜찮은 생각이었다. 문신 시술소 앞은 대부분 금연 구역이 아니었다. 이 점을 참작해서 먼저 만나자고한 주제에 벌써 삼십 분이나 늦는 것은 봐주기로 했다. “이쪽이야.” 앞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던 다니엘은 등 뒤에서 나타난 스티븐 때문에 잘못된 목구멍으로 담배 연기를 들이킬 뻔했다. 그는 예상 밖의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스티븐은 막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온 사람처럼 부산스러웠다. 그래서 그가 문신 시술소 문을 열었을 때 다니엘은 삐딱하게 한마디 해 줄 수밖에 없었다. “거긴 술집이 아닌데. 말해두자면 오늘 날씨는 맑음이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다니엘이 문턱을 넘어오지 않자 스티븐은 문턱 안 쪽에 서서 그를 비웃었다. “아주 좋은 술집을 아직 모르고 있었나 보군. 사실 술집은 아니고 주류를 파는 식당이지만 술이 더 맛있다고 소문이 난 곳이지. 아니면 경찰이라서 몰랐을 수도 있겠어, 생각해 보니까.” 스티븐의 마지막 말은 농담이었지만 깨닫는데 조금 오래 걸렸다. 19번 거리에 위치한 술집은 상당히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그러고 보면 약속 장소를 지피에스 좌표로 전송한 것부터 심상치 않긴 했다. 그가 찾아오라면서 건네준 정보는 술집 이름과 건물이 위치한 거리가 아니라 단말기에 표시되기 편하게 변환된 경도와 위도 및 고도 좌표였다. 이름을 모르는 술집을 찾아가니 술집이 아니라 낡은 문신 시술소 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서 무지개 색 전화기를 들고 예약 번호를 말하면 안 쪽으로 통하는 길이 열렸다. 다니엘은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술집이 경찰서 근처에 있었는지 처음 알았지만 비밀스러운 만남을 지향하는 존재들은 저녁 일찍부터 모여들어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스티븐과 다니엘이 들어오자 단번에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는 시선을 느껴졌다. 다니엘은 아직 그 의미가 호기심인지 경계심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티븐이 구석에 자리를 잡으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한 것처럼 묘하게 신나했다. “아무래도, 그 쪽이 형사라는 건 눈치챘나본데. 시선을 한 몸에 받는군.” “네 놈 때문 아냐?” “난 아냐. 경위님 탓이지. 이곳은 비밀스러운 곳인데 경찰은 비밀을 파헤치는 사람들이니까.” “어쩌라는 거야. 난 네 놈을 따라온 거밖에 없어.” “건네받은 정보에 관한 사전조사는 기본이라고 저번에 그러지 않았었나?” 솔직히 말하자면 사전 조사는 미리 해봤지만 평범한 문신 시술소 건물이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다니엘은 쓰게 입맛을 다시며 시선을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존재들이 황급히 눈을 돌렸다. 한 결 낫군. 다니엘은 자리에 앉아서 아담한 술집을 둘러보았다. 바 안 쪽은 술집과 마찬가지로 비밀스러워 보이는 주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니엘은 그 안 쪽을 보기 위해 힐끔거렸지만 잘 보이진 않았다. 가끔씩 연체동물과 비슷해 보이는 이계인이 주방을 들락날락하는 것으로 보아 요리사인 것 같았다. 다니엘은 바에서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최고로 열정적이고 다소 히스테릭한 존재들이 한 곳에 모인 것 같았다. 이상할 정도로 들뜬 분위기 때문에 술을 마시기도 전에 취해버릴 것 같았다. 떠들썩하고 정신없는 술집만큼 소음 속에 숨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데 좋은 곳은 없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하게 비밀은 아니었지만 비밀과 같았던 이야기를 하는데도 적격이다. 흥에 겨운 사람들이 몸으로 벽을 만들어주고 대량으로 공급이 가능한 싸구려 알코올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감각기관 속에 보이지 않는 방음벽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이 벽이 진짜 비밀을 거론하기에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흥에 겹지도 않고 싸구려 알코올에 취하지도 않은 사람은 항상 있기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오늘은 다니엘이 그 장본인 중 하나가 되었다. “힘든 사건이었다는데 단 한 명의 동료도 희생시키지 않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군.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하는 말만큼 믿음직스럽지 못한 말도 없다는데, 뭐라고 잘못 먹었나 싶지만 일단은 고맙다고 해두지.” 다니엘은 스티븐과 함께 인파가 넘쳐흐르는 곳에 오는 것조차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만나왔던 장소들은 하나같이 생명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외진 곳들뿐이었는데 오늘은 번화가에서 가장 생명력을 발산하는 장소 중 하나에서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낯설었는데 무사히 수습된 사건에 관해 축하받는 일은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속으로 생각이 많아진 건 다니엘 뿐 아니라 스티븐도 마찬가지였다. 저번에 거리에서 도둑고양이와 시답잖게 장난치던 다니엘을 목격했다. 그 때 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다니엘과 한번쯤은 술을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언제부턴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직도 불명확했기 때문에 그는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 한번 직접 술을 마셔보기로 했다. 스티븐은 책상에서 고민하는데 오래 시간을 들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건 둘의 공통점이었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한 사람은 고민하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았고 한 사람은 숨기고 있는 것조차 모르게 한다는 것이었다. 스티븐은 다니엘이 가한 일침을 가볍게 받아넘기며 뻔뻔스럽게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말만 해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 꼭 엇나간단 말이지.” “네 놈한테 좋게 보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형사는 항상 진실만을 말해야 하거든.” 그건 좀 멋있네. 스티븐의 솔직한 감상평에 다니엘은 겸연쩍게 시선을 돌렸다. 멋있다는 말을 듣는 걸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즐기는 편이었지만 스티븐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이상했다. 스티븐이라면 그가 들은 말이 허세라는 것쯤은 쉽게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분위기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것인지 물어볼 수 있는 문제는 더욱 아니었다. 결국 그는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고 미리 옆에 준비되어 있던 술과 술잔을 집어 들었다. 안주도 준비되어 있었다. 정보 값만큼 먹고 마시면 스티븐이 알아서 그를 부른 진짜 화제를 꺼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마시기 시작했다. 스티븐이 사기로 한 술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맛이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그가 말했던 대로 음식은 별로 맛이 없었다. 무슨 술인지 봐두려고 몰래 상표를 찾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고 값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술로 치자면 지나치게 비쌌다. 그 점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맛이 좋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취기가 돌았다. 기분이 붕 뜨는 게 느껴졌다. 얼마나 중요한 정보를 원하기에 지금까지 마시게 놔두는 것일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니엘은 주량이 세지 않았기 때문에 회식에서도 항상 동료들의 최소 음주 기록을 밑돌긴 했지만 취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슬슬 스티븐이 하는 이야기만 들으며 술만 마시면 위험한 선을 넘겠다싶어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얘기하던 고질적인 화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형사로서 직감은 뛰어난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이 외에 그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경찰일 하면서 느낀 거지만-” 다니엘은 탁자를 때리듯 마시던 잔을 내려놓았다. 소리가 요란했지만 주변이 더 시끄러웠다. 그는 취기에 미약하게 풀린 눈으로 마주앉은 스티븐을 바라보았다. 편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는 그와 다르게 아직 취하기까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온순하게 내려앉은 눈썹이 무거웠는지 눈꺼풀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저 술잔이 비었는데.” “아.” 다니엘은 스티븐의 술잔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술을 따라주었다. 그 과정이 거침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에 뒤늦게 놀랐지만 이미 늦었다. 조금 위험한 수준까지 취한 것 같았다. 넘어가는 맛이 부드러워서 도수가 그다지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예상이 빗나간 것 같았다. 다니엘은 잔을 내려놓을 때와 달리 조심스럽게 술병을 내려놓았다. “사건의 끝에는 항상 죄책감이 있었지.” 죄책감이라. 스티븐은 감흥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가만히 손에 쥐고 있던 잔을 살짝 기울였다. 매끄러운 유리잔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서 있는 액체는 그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울여야 액체가 탁자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까 궁금해 하기라도 하는 걸까. 지금 그는 다니엘의 말보다 그런 소일거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애초부터 그가 흥미를 가질 주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일단 꺼낸 말은 끝마치기로 했다. “그런데 가끔은 괴물이 되는 느낌이야. 특히 요즘엔 죽음에 점점 둔감해져가는 것 같아. 처음에는 범인을 쐈을 때조차 죄책감을 느꼈지. 그건 어떻게 해결했어. 저 놈이 죽어 마땅한 놈이니까. 저 놈은 나쁜 놈이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죽어있는 희생자를 보고도 별다른 느낌이 안 드는 거야.” “내가 보기엔 지금도 괴로워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스티븐이 사실을 말해주자 다니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건의 끝까지 가 본 적 있나?” 스티븐은 경찰이 아니었다. 하지만 헬사렘즈 로트에서는 굳이 경찰이 아니더라도 생사가 오가는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하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사건이 일상화된 곳에서 스티븐은 좀 더 비일상적인 일을 도맡았다. 비밀결사 라이브라는 헬사렘즈 로트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비일상 중 하나였다. 끝장을 본 사건이라면 경찰보다 많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사건의 끝은 아니었다. “살리려고 했고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 생존자, 그 사람들도 죄책감을 느껴. 그리고 그 죄책감은 끝나지 않아. 시제는 의미가 없어.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쫓기니까. 죽을 때가 되어서야 완전히 도망칠 수 있더라고.” 잘 감이 안 올 수도 있겠지만. 다니엘은 말끝을 흐리며 오랫동안 잔속에서 맴돌고 있었던 술을 다시 들이켰다. 한편 스티븐이 가지고 장난치고 있던 술의 표면장력에도 한계가 오고 있었다. 어쩌면 이 가게에서 가장 비쌀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술은 파르르 떨며 버티다가 마지막에는 다른 액체보다 좀 더 세게 탁자를 치며 떨어져 내렸다. 다니엘은 그 꼴을 보고 핀잔을 주었다. “아까운 술을 왜 일부러 쏟아? 애 같기는. 취했냐?” 그 말에 처음으로 스티븐이 소리 내어 웃었고 아무래도 다니엘은 벌써 자신이 취한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티븐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자신이 처음일지도 몰랐다. 그는 어린아이가 알아야할 것 보다 훨씬 다양한 세상에 관해 알고 있었고 몰라야할 것도 많이 알고 있었다. 방금 들은 말이 무슨 뜻일지에 대해서도 대략 감이 왔을 테고 어쩌면 그는 누구보다 격렬한 현장을 헤쳐 나오며 그보다 강렬하게 죄책감과 싸우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수준을 무시하는 상대에게 반격하는 대신 그는 의자를 뒤로 끌며 물러났다. “경위님 얘기 들으니까 나도 생각나는 게 있어.” 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그는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턱을 괴고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다니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느낌이 이상하게 다니엘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라이브라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사건의 끝에는 항상 혈계의 권속이 있었지.” 스티븐은 술잔에 있던 술을 단번에 들이켠 다음 다니엘이 그랬던 것처럼 탕하고 탁자를 내리치듯 술잔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다니엘이 내리쳤을 때보다 소리가 훨씬 커서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혼미한 정신에서 깨어나 그들이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탁자가 깨지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로 강하게 내리쳤기 때문에 무리는 아니었다. 의도를 오해했는지 주방에서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던 이계인이 튀어나와 그들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릇 치워가겠습니다.” “아, 예.” 이계인은 영어를 굉장히 잘했다. 다니엘은 자신이 먹다 남긴 분까지 스티븐의 빈 그릇에 얹어주었다. 조심스럽게 그릇을 받아들고 황급히 멀어지는 이계인을 지켜보다가 다시 스티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약간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평소보다 분위기가 들 떠 있었다. 아무래도 취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는 사실이 안도되면서도 조금 불안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절대 죽지 않더라고. 그래서 말이지, 사실 고백하자면 난 여태까지 그렇게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어. 내가 죽는 것에 관해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없고, 혈계의 권속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래서 살을 짓이기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잔인하게 도륙해도 죄책감은 느끼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고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상처가 회복되니까. 그리고 생존자들, 이 쪽 싸움에서 생존자는 존재하지 않아. 왠지 알아?” 다니엘은 짐작이 가는 구석이 없었다. 그 쪽 싸움에 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다니엘에게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혈계의 권속은 정말 끈질긴 놈들이라서 우리처럼 그들에게 특화된 인간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몸에 스며들어. 피를 직접 마셔야된다고는 하지만 싸우던 중에 튀긴 혈액을 이용하든지 직접 혈액으로 변하든지해서 어떻게든 그들의 몸속에 숨어들어 혈계의 권속으로 전화시키는 거지. 헬사렘즈 로트에선 그게 힘들어졌지만 우린 여태까지 최대한 일반인들이 없는 곳에서 그들과 싸워왔어. 그건 딱히 그들을 배려해서라기보다는 우리를 위해서야. 일반인이 끼어들게 되면 싸움이 끝나지 않게 되니까. 하지만 불행한 사건은 언제나 발생하고, 종종 싸움에 휘말린 사람들이 있지. 아니면 좀 특이한 이들이 불사를 노리고 찾아오거나. 혈계의 권속을 판별하는 법은 간단해. 예전에는 거울에 비추면 비치지 않는다는 걸 이용했고 요즘에는 광학기기 전반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어쨌든 무슨 이유로 현장에 발을 들였건 그들에게 결말은 단 두 가지야. 혈계의 권속에게 죽거나 혈계의 권속이 되어 우리에게 죽음과 같은 상태가 되어 영원히 잠들거나.” 그 쪽 세상의 싸움에 관해 이렇게 자세하게 이야기해 준 것은 처음이었다. 스티븐은 평소에 말을 많이 한느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술이든 분위기에든 취해버렸는지 말이 많아졌다. 다니엘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잠자코 듣고 있었다. 스티븐은 여전히 웃고 있었는데 다니엘은 그 사실에 미약하게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휘말린 사람들은? 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잖아.” 오랫동안 다니엘이 고민해온 문제였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서도 스티븐은 간단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그래. 하지만 그들이 휘말린 게 우리 잘못도 아니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 표정 이해해. 하지만 혈계의 권속과 싸워본다면 경위님도 깨닫게 될 거야. 죄책감을 느끼기에 그들은 너무 먼 곳의 인과관계까지 끌어오거든. 그리고 인간이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는 한계 너머에 관해서는 놀랍도록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더군. 애초에 어떻게 해 볼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건 그런 거더라고. 스티븐 스타페이즈, 다니엘 로에게 오렌다(Orenda) 불법 무기 공장 사건을 무사히 종결시킨 것을 축하할 겸 술집에서 만날 것을 제안함. [HL 출현 이후 1년 3개월 되는 시점.01.12, 17: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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